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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머신을 옮겼더니, 매출이 올랐다

커피머신을 옮겼더니, 매출이 올랐다
2026. 06. 11/트렌드/8분 읽기스낵왕 에디터

한 제약회사가 사무실의 커피머신을 치웠다.

6명당 한 대씩 있던 걸, 120명당 한 대로 줄였다. 대신 직원 전부가 쓰는 큰 카페테리아를 하나 만들었다. 그게 전부였다.

한 분기 뒤, 매출이 20퍼센트 올랐다. 금액으로 2억 달러.

커피를 줄였는데 매출이 올랐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2014년에 보도한 실제 사례다.

비밀은 커피가 아니었다. 커피를 받으러 가는 길에 있었다.

사옥 라운지에서 마주친 두 직원
커피를 받으러 가는 길에, 옆 부서 사람과 마주친다. (연출 이미지)

50미터를 넘으면, 동료는 남이 된다

거리에는 힘이 있다. 사람 사이의 거리 말이다.

MIT의 토머스 앨런이 1977년에 이걸 측정했다.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자주 대화하는지를 책상 사이 거리로 추적한 거다. 결과는 단순하면서 무서웠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대화는 뚝뚝 끊겼다. 그냥 줄어든 게 아니라, 곡선을 그리며 곤두박질쳤다.

그가 찾은 숫자가 하나 있다. 약 50미터. 책상이 이 거리를 넘어가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이야기를 나눌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했다. 같은 회사, 같은 층이어도 그랬다.

여기서 누구나 반문한다. 그건 1977년이고, 지금은 메신저가 있지 않냐고.

앨런은 2007년에 다시 확인했다. 이메일과 전화까지 다 포함해서. 그런데 결과가 더 이상했다. 거리가 멀어지면 메신저도, 전화도 같이 줄었다. 디지털이 거리를 메우기는커녕, 자주 마주치는 사람일수록 메신저도 더 자주 보냈다.

자주 얼굴을 보는 사람에게, 우리는 전화도 더 자주 건다. — Thomas Allen & Gunter Henn, 『The Organization and Architecture of Innovation』, 2007

그러니까 옆 건물에 앉은 동료는, 슬랙 친구추가가 돼 있어도 사실상 남이다. 거리가 그렇게 만든다.

마주침이 돈이 된다

다시 그 제약회사로 돌아가자.

커피머신이 흩어져 있을 땐, 사람들이 자기 자리 근처에서만 커피를 마셨다. 같은 팀, 늘 보던 얼굴. 머신을 하나로 모으자 동선이 바뀌었다. 커피 한 잔을 받으려면 다른 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서 있어야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그 회사의 영업사원들을 센서로 추적했다. 그랬더니 한 가지 상관이 잡혔다. 타 팀 동료와의 교류를 10퍼센트 늘린 사람은, 매출도 10퍼센트가량 함께 늘었다. 강제로 만든 마주침이 숫자로 돌아온 거다.

이건 한 회사만의 우연이 아니다.

MIT 미디어랩 연구진은 2010년, 한 미국 은행 콜센터에서 실험을 했다. 상담원들에게 휴식 시간을 '같은 시간대'에 주도록 바꿨다. 그게 다였다. 비용은 0원. 그런데 같이 쉬는 사람들끼리 결속이 강해졌고, 결속이 강한 그룹일수록 통화 처리가 빨라졌다. 한 박자 쉬게 했더니 생산성이 올라간 거다.

대면 상호작용은 사무실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 Harvard Business Review, 2014

심지어 점심 테이블 크기까지 영향을 줬다. 한 온라인 여행사를 측정한 결과가 있다. 12인용 큰 테이블에서 점심을 먹던 사람들. 이들이 4인용 쪽보다 그 주 생산성이 36퍼센트 높았다는 상관이다. 큰 테이블에선 모르는 부서 사람 옆에 앉게 되니까.

물론 이건 상관이지 인과의 증명은 아니다. 연구자들도 그렇게 못 박았다. 다만 방향은 한결같다. 사람이 섞이면, 무언가가 좋아진다.

구글은 왜 모두를 음식에서 60미터 안에 두는가

실리콘밸리는 이걸 진작 알았다.

구글에는 '탕비실'이 없다. '마이크로키친'이 있다. 작은 간식 거점을 사무실 곳곳에 흩뿌려 둔 거다. 설계 원칙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정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직원도 음식에서 150~200피트보다 멀어지지 않게 한다. 약 45~60미터다.

공교롭게도 앨런이 찾은 50미터와 거의 겹친다.

구글은 이 공간을 복지라 부르지 않았다. '우연한 마주침(casual collisions)'을 만드는 장치라고 했다. 다른 팀 사람과 간식대 앞에서 부딪치고, 거기서 대화가 트이고, 부서 사이에 정보가 흐른다. 인사 총괄을 지낸 라즐로 복은 책에서 이 설계 의도를 그대로 적었다.

그렇다고 벽을 다 허물면 되는 건 아니다.

2018년, 하버드 연구진이 사무실 두 곳을 오픈형으로 바꾼 뒤 추적했다. 칸막이를 없애면 대화가 늘 거라 다들 기대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직원들의 대면 대화가 오히려 70퍼센트 가까이 줄었다. 사람들은 트인 공간에서 헤드폰을 끼고 메신저로 숨었다.

교훈은 분명하다. 답은 공간을 '여는' 게 아니다. 사람이 모일 '이유가 있는 거점'을 만드는 거다. 그 거점이 대개 커피와 간식이 있는 자리라는 게, 우연이 아니다.

간식 거점 앞에서 대화하는 직원들
구글은 이 공간을 복지가 아니라 '마주침 장치'라고 불렀다. (연출 이미지)

한국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는 진짜 이유

그럼 한국은 어떤가. 데이터가 꽤 또렷하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2023년에 직장인 1,000명에게 물었다. 직장생활 만족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게 뭐냐고. 1위는 연봉이 아니었다. 직장 내 인간관계가 27.8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연봉은 19.7퍼센트로 그 아래였다.

돈보다 관계다. 그리고 그 관계는 회의실이 아니라, 대개 탕비실에서 만들어진다.

블라인드와 한국노동연구원은 직장인 5만여 명을 들여다봤다. 한국 직장인의 행복도는 평균 41점. 2018년 이후 단 한 번도 50점을 넘긴 적이 없다. 같은 분석에서 또 하나의 상관이 나왔다. 직무만족도와 몰입도가 10점 오르면, 기업 가치도 4퍼센트가량 오른다는 거다. 직원을 즐겁게 하는 일이 비용이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에 두 가지 흐름이 겹친다.

하나는 식생활 복지의 부상이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4년 말 직장인 1,000명에게 물었다. 76.7퍼센트가 식생활 복지를 중요한 제도라고 답했다. 65.5퍼센트는 아예 '필수'라고 했다. 점심값이 만 원을 넘긴 런치플레이션 시대다. 회사가 챙겨주는 한 줌의 간식이, 복지의 기준이 된 거다.

다른 하나는 출근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가트너가 2023년에 조사했다. 엄격한 사무실 복귀가 어떤 직원을 내보내는지를. 출근을 강제한 그룹에선 이직 의향이 더 높았다. 특히 고성과자에게서 16퍼센트포인트나 더 높았다. 밀레니얼과 여성도 그 뒤를 이었다.

정리하면 이렇다. 그냥 나오라고 하면, 가장 아쉬운 사람부터 떠난다. 회사가 풀어야 할 숙제는 '강제'가 아니라 '오고 싶은 이유'다.

27.8%만족도 1위 요인직장 내 인간관계. 연봉(19.7%)보다 높았다 (나우앤서베이 2023, 직장인 1,000명)
76.7%식생활 복지가 중요직장인 응답. 65.5%는 필수 복지로 평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4)
+16%p고성과자 이직 의향엄격한 사무실 복귀 강제 시 (가트너 2023, 글로벌)
41점한국 직장인 행복도2018년 이후 50점을 넘은 적 없다 (블라인드·한국노동연구원, 약 5만 명)

탕비실이라는 이름이 사라지는 중

이름은 시대를 따라간다.

탕비실(湯沸室). 차를 우리던 방이라는 일본식 한자어다. 1980년대 한국 사무실 한 칸의 표준 이름이었다. 율무차와 믹스커피, 박카스가 그 자리를 채웠다.

지금 그 한 칸은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사내 카페, 라운지, 카페테리아. 경향신문은 2025년 초 이렇게 전했다. 탕비실이 "각박한 일터의 오아시스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기사에 실린 한 IT 기업 담당자의 말이 핵심을 찔렀다.

맛있는 간식이 동료들과 말을 트는 대화 소재가 된다. 탕비실은 즐거운 소통이 시작되는 곳이다. — 번개장터 담당자, 경향신문 2025.1

성균관대 조성희 교수의 말도 그 곁에 있다. 짧은 휴식, 이른바 '마이크로 브레이크'가 업무 효율을 높인다는 거다. 잠깐 자리를 뜨는 게 농땡이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람을 모으는 건 공간이 아니다

여기까지 오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라운지를 만든다고 사람이 모이지는 않는다.

비싼 의자를 들이고 통유리로 햇살을 들여도, 들를 이유가 없으면 빈 공간이다. 사람을 그 자리로 끌어당기는 건 공간이 아니라, 거기 '늘 있는 것'이다. 따뜻한 커피, 손이 가는 간식. 그게 마주침의 미끼다.

그래서 활성화의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검증된 것들만 추리면 이렇다.

1977

거리를 줄여라

부서 동선이 50미터 안에서 겹치는 자리에 간식 거점을 둔다 (Allen Curve)

2010

같은 시간에 쉬게 하라

휴식 시간을 팀 단위로 겹치게 하면 마주침이 늘어난다. 비용은 0원 (MIT 콜센터 실험)

2014

테이블을 키워라

4인용보다 긴 공용 테이블이 모르는 부서 사람을 합석시킨다 (HBR 보도)

2026

늘 채워둬라

비어 있는 간식대 앞엔 아무도 서지 않는다. 끊기지 않는 보충이 마주침을 만든다

마지막 한 줄이 사실 제일 어렵다.

간식은 채워두는 순간보다, 비는 순간이 더 빠르다. 누가 언제 채울지 정해두지 않으면, 라운지는 며칠 만에 '들를 이유 없는 빈방'으로 돌아간다. 마주침의 미끼가 사라지는 거다.

회사가 산 것은 커피머신이 아니었다

처음의 그 제약회사로 돌아가자.

그 회사가 산 건 큰 카페테리아도, 줄어든 커피머신도 아니었다. 직원들이 하루에 몇 번씩 다른 부서 사람과 부딪치는, 그 마주침을 산 거다. 매출 2억 달러는 마주침에 붙은 가격표였을 뿐이다.

옆 부서 사람과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게 언제인지 떠올려 보자.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건 그 사람과의 거리가 50미터를 넘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 거리를 좁히는 가장 싼 방법이, 공교롭게도 간식 한 줌이다.

늦은 오후 사옥 라운지
늘 채워져 있다는 것. 그게 라운지가 살아 있다는 신호다. (연출 이미지)

최고의 라운지는 가장 비싼 라운지가 아니다. 옆 부서 사람과 한 번 더 마주치게 만드는 라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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