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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간식 복지를 맡게 됐다면 읽어야 할 글

처음 간식 복지를 맡게 됐다면 읽어야 할 글
2026. 03. 31/트렌드/12분 읽기스낵왕 에디터

어느 날 갑자기 맡게 된다.

팀장이 슬랙에 한 줄 남긴다. "간식 좀 신경 써볼래?" 그게 시작이다. 탕비실 과자가 바닥났고, 직원들이 불만을 흘렸고, 그 불만이 총무의 책상까지 왔다. 마트에 가야 하나. 쿠팡에서 시키나. 예산은 얼마나 잡아야 하나. 뭘 사야 다들 좋아하나.

모르겠다. 당연하다. 아무도 안 알려줬으니까.

마트 장보기는 왜 실패하나

사무실 탕비실 간식 진열대
잘 채워진 탕비실은 직원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 (연출 이미지)

대부분의 회사가 첫 번째로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담당자가 직접 마트에 가서 카트를 밀거나, 쿠팡에서 대량 주문한다. 한두 번은 괜찮다. 문제는 3개월째부터 시작된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달에 산 걸 또 산다. 직원들이 안 먹는 과자가 쌓인다. 유통기한이 지난 걸 발견한다. 그러면서 본업은 밀린다. 간식 하나 때문에 매달 반나절이 사라진다.

엠브레인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4.1%가 "다른 건 몰라도 식사 관련 복지는 필수"라고 답했다. 미국 직장인 대상 설문(2018)에서는 88%가 간식 제공을 '중요하다'고 평가했고, 간식 혜택을 받던 직원의 41%는 간식이 없는 회사로는 이직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간식은 작은 일 같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매일 체감하는 복지다.

탕비실이 비어 있으면 아무도 말 안 한다. 그냥 회사에 대한 기대치가 조용히 내려간다.

예산부터 정하자

감이 안 잡힌다면,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잡는 기준이 있다.

1인당 월 2만~5만 원.

10인 스타트업이라면 월 20만~50만 원. 50인 중견기업이라면 100만~250만 원. 100인 이상이면 2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범위 안에서 시작해보고, 3개월 뒤에 조정하면 된다.

처음부터 크게 잡을 필요 없다. 오히려 처음에 너무 많이 쓰면, 나중에 줄일 때 불만이 더 크다. 작게 시작해서 늘리는 게 낫다.

직접 구매 vs 서비스 도입

솔직히, 10인 이하 소규모 사무실이라면 직접 구매도 괜찮다. 하지만 20인이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직접 구매의 문제는 시간이다. 상품 선정, 주문, 수령, 정리, 유통기한 관리, 교환. 이걸 매달 반복하면 담당자의 본업이 밀린다. "간식 때문에 야근한다"는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간식 서비스를 쓰면 이 과정이 전부 사라진다. 상품 선정부터 배송, 진열, 재고 관리, 교환/반품까지 업체가 한다.

그런데 서비스에도 종류가 있다. 크게 세 가지.

서비스 유형 3가지

간식 서비스 유형 비교 — 방문관리, 택배구독, 앱주문
같은 '간식 서비스'라도 운영 방식이 전혀 다르다. (연출 이미지)

첫째, 방문관리형. 담당자가 정기적으로 사무실에 와서 간식을 배달하고, 진열하고, 정리하고, 안 먹는 건 교체한다. 총무가 신경 쓸 일이 거의 없다. 비용은 간식값만 내면 되고, 배송·관리·설비는 무료인 곳이 대부분이다.

둘째, 택배구독형. 매달 박스가 온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업체가 정한다. 구독료를 내면 알아서 보내주는 방식. 편하긴 한데, 수령 후 정리는 담당자 몫이다. 안 맞는 구성이 오면 바꾸기 어렵다.

셋째, 앱주문형. 직원 개개인이 앱에서 원하는 간식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다. 개인 선택권이 높은 대신, 사무실 전체의 간식 분위기를 컨트롤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과자를, 누군가는 프로틴바를 시키면 탕비실이 뒤죽박죽이 된다.

어떤 서비스를 고르든, 핵심은 하나다. 총무의 시간을 얼마나 돌려주느냐.

업체 고를 때 이것만 보세요

간식 서비스 업체가 꽤 많다. 고를 때 뭘 봐야 하는지,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

상품 수. 최소 1,000종 이상이어야 한다. 적으면 금방 질린다. 매달 같은 과자가 온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면 서비스를 바꾸는 건 시간 문제다.

가격. 편의점 대비 몇 퍼센트 저렴한지 물어보자. 업체마다 다른데, 보통 10~35% 범위다. 가격만 보고 고르면 안 되지만, 같은 과자를 편의점보다 비싸게 살 이유는 없다.

설비. 냉장고, 쇼케이스, 커피머신 같은 설비를 무료로 제공하는지. 이게 유료면 초기 비용이 확 올라간다.

교환/반품. 직원들이 안 먹는 간식이 나왔을 때, 무료로 교체해주는지. 이게 안 되면 안 먹는 과자가 쌓이기만 한다.

전담 매니저. 문의할 때 매번 다른 사람이 받으면 피곤하다. 우리 사무실 사정을 아는 담당자가 고정으로 붙는지 확인.

외주를 맡겼는데 왜 내가 골라야 하지

사무실에서 간식을 고르는 담당자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여전히 총무가 상품을 고르고 있다면, 반쪽짜리 외주다. (연출 이미지)

간식 서비스를 도입한 회사에서 자주 듣는 불만이 있다.

"서비스 신청했는데, 결국 내가 앱에서 하나하나 골라야 하더라."

이게 의외로 많다. 앱주문형 서비스의 구조적 문제다.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가 시간을 아끼려는 건데, 여전히 담당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수량을 조절하고, 직원 요청을 취합해야 한다. 외주를 줬는데 일이 줄지 않는 거다.

방문관리형은 이 부분이 다르다. 전문 큐레이터가 기업의 인원수, 예산, 선호도 데이터를 보고 알아서 구성한다. 담당자가 고를 필요가 없다. 오히려 담당자보다 직원들이 뭘 좋아하는지 더 잘 안다. 매달 피드백 데이터가 쌓이니까.

"이번 달 아몬드 빼빼로 소비량이 올랐네요. 다음 달엔 견과류 라인을 좀 더 넣을게요."

이런 문장이 매니저한테서 나와야 진짜 외주다.

도입 절차 4단계

복잡하지 않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이 순서를 따른다.

1단계. 상담. 전화나 온라인 폼으로 인원수, 예산, 공간 크기를 알려주면 된다. 보통 당일~2일 안에 답이 온다.

2단계. 컨설팅/시식. 담당자가 방문해서 사무실 공간을 확인하고, 맞춤 제안서를 만든다. 시식 샘플을 보내주는 곳도 있다. 이 단계에서 설비 배치, 배송 주기, 예산을 확정한다.

3단계. 설비 설치. 냉장고, 쇼케이스, 스낵 선반 등을 설치한다. 보통 1~3일. 비용은 대부분 무료.

4단계. 정기 운영. 주 1~2회 또는 월 2~4회, 합의된 주기에 맞춰 배송과 관리가 시작된다. 첫 배송 이후 1~2개월은 직원 반응을 보면서 구성을 조정하는 기간이다.

상담에서 첫 배송까지 보통 1~2주.

자주 하는 실수 4가지

첫째, 처음부터 예산을 너무 크게 잡는다. 월 10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직원 반응을 보고 올리면 칭찬받는다. 300만 원으로 시작해서 반응이 애매해서 줄이면 불만이 나온다. 같은 200만 원인데 순서가 결과를 바꾼다.

둘째, 한 번 세팅하고 방치한다. 간식은 살아있는 복지다. 계절이 바뀌면 찾는 간식이 달라지고, 새 직원이 오면 취향이 섞인다. 분기에 한 번은 구성을 점검해야 한다. 서비스 업체가 이걸 알아서 해주는지 확인하자.

셋째, 가격만 보고 업체를 고른다. 가장 저렴한 업체가 가장 좋은 업체가 아니다. 배송비 별도, 설비 유료, 교환 불가 — 이런 조건이 붙으면 총비용은 오히려 높아진다.

넷째, 비용 처리를 제대로 안 해둔다. 복리후생비로 처리하면 부가세 공제가 가능한데, 접대비로 잘못 넣으면 공제가 안 된다. 세금계산서를 받아두자.

총무의 시간은 간식에 쓸 시간이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해본다.

간식 복지를 맡은 총무 담당자의 본업은 간식이 아니다. 사무실 운영, 계약 관리, 비품 발주, 행사 기획. 간식은 그중 하나일 뿐인데, 매달 반나절씩 잡아먹는다면 뭔가 잘못된 거다.

딜로이트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단절되지 않은 환경에서 일할 때 작업 속도가 15% 빨라지고, 73%가 더 질 높은 성과물을 낸다. 탕비실은 단순한 식음료 공간이 아니라, 부서 간 경계를 허무는 '충돌 공간(Collision Zone)'이다.

좋은 간식 서비스의 기준은 간단하다. 총무가 간식을 잊어도 탕비실이 알아서 채워지는 것. 그게 되면 성공이다. 매달 뭘 사야 하나 고민하고, 직원 불만 취합하고, 마트 가서 카트 끌고 오는 시간. 그 시간을 본업에 쓸 수 있게 되는 것. 간식 서비스가 돈값을 하는 건 간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총무의 시간을 돌려줘서다.

잘 돌아가는 탕비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탕비실이다. 신경을 안 써도 되니까.

다음 월요일, 팀장이 또 물을 거다. "간식 어떻게 할까?" 이제 답이 있다. 예산을 정하고, 유형을 고르고, 체크리스트로 업체를 비교하고, 시작하면 된다.

가장 좋은 시작은 지금이다. 탕비실이 비어가고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