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11월 11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11월 11일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26. 03. 26/과자/17분 읽기스낵왕 에디터

36억 갑.

일렬로 이으면 1,000만 km. 지구를 250바퀴 감고도 남는다. 1983년에 태어났다. 200원이었다. 지금은 연매출 2,000억 원을 넘긴다. 그것도 모자라 기념일까지 하나 만들었다.

11월 11일. 숫자 1이 네 개 서 있는 날. 막대과자처럼.

카카오빈부터 직접 만든다

빼빼로 초콜릿 코팅 단면 클로즈업
바삭한 스틱 위에 초콜릿이 2/3를 덮는다. 남은 1/3은 손으로 잡으라고 비워둔 자리다. (연출 이미지)

빼빼로의 구조는 단순하다. 밀가루 반죽을 가늘고 길게 구운 다음 초콜릿을 입힌다. 끝이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과자의 법적 분류가 '과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식품유형상 '초콜릿가공품'. 롯데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과자가 아닌 초콜릿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과자인 줄 알았는데 초콜릿이었다.

그 초콜릿이 보통이 아니다.

롯데웰푸드는 국내 주요 식품 대기업 중 유일하게 카카오매스를 자체 생산한다. 경남 양산공장 BTC라인. 1995년부터 이어온 고집이다. 카카오빈을 볶고 갈아서 초콜릿 원료를 직접 만든다. 대부분의 경쟁사는 해외에서 이미 굳혀진 고체 카카오매스를 수입해서 다시 녹인다. 롯데는 원두 상태에서 로스팅, 마쇄, 콘칭까지 전부 양산공장에서 한다.

이걸 업계에서는 '빈투바(Bean to Bar)'라고 부른다. 커피로 치면 원두 로스팅부터 하는 셈이다. 2025년 9월에 150억 원을 들여 설비를 고도화했고, 시간당 생산능력이 1톤에서 2.5톤으로 150% 올랐다. 갓 뽑아낸 액상 카카오매스를 굳히지 않고 바로 초콜릿 라인에 투입하니, 향미 손실이 적다. 빼빼로 초콜릿 맛이 남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빼빼로는 전국 4개 공장에서 나눠 만든다. 서울 영등포 공장이 오리지널을, 경기 평택 공장이 누드(초코필드)를, 대전 대덕 공장이 아몬드를, 경남 양산 공장이 다품종 소량 라인을 맡는다. 맛마다 공장이 다른 과자. 꽤 드문 체계다.

스틱 과자 위에 초콜릿이 덮이는 비율은 정확히 전체 길이의 2/3. 나머지 1/3은 손으로 잡는 부분이다. 미적 황금비율이기도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체온 36.5도에서 카카오버터가 녹는다. 손이 닿는 부분에 초콜릿을 입히지 않는 건 인체공학적 설계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 비율이 빼빼로를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과자"로 만들었다.

1983년, 200원의 탄생

빼빼로 패키지 변천사 — 1983년, 2003년, 2020년
1983년 노란 줄무늬 패키지에서 2020년 프리미엄 다크 패키지까지. 37년간의 얼굴 변화. (연출 이미지)

1983년 4월. 롯데제과가 가늘고 긴 막대과자 하나를 내놓았다. 50g에 200원. 이름은 빼빼로. 마르고 가느다란 모양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첫해 매출 44억 원.

이듬해 94억 원. 1년 만에 두 배. 생산라인을 급히 증설해야 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빼빼로가 안 팔리는 곳이 없었다.

빼빼로의 첫해 매출 44억 원. 이듬해 94억 원. 1년 만에 두 배가 된 과자는 흔치 않다.

이유가 뭐였을까. 1983년이면 한국 과자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였다. 새우깡은 12년 차, 초코파이는 9년 차 장수 과자였다. 그 사이에 끼어든 신입이 갑자기 터진 거다.

답은 형태에 있었다. 손에 쥐고 한 개씩 꺼내 먹는다. 봉지를 뜯어서 쏟아 먹는 게 아니라, 연필처럼 하나씩 빼 먹는다. 먹는 방식 자체가 새로웠다.

아몬드, 그리고 누드

1984년 3월. 출시 1년 만에 아몬드 빼빼로가 나온다.

초콜릿 위에 잘게 부순 아몬드를 올렸다. 고소함이 더해졌다. 이 한 수가 결정적이었다. 아몬드 빼빼로는 지금까지 전체 라인업 중 판매량 부동의 1위다. 오리지널보다 아몬드가 더 많이 팔린다.

2001년에는 역발상이 나왔다. 초콜릿을 바깥이 아니라 안에 넣으면? 누드 빼빼로의 탄생이다. 속이 비어 있을 줄 알았던 스틱 안에 초콜릿 크림이 차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콤하다. 이름도 기발했고, 식감도 새로웠다.

그 외의 시도들도 있었다. 화이트쿠키, 크런키, 인절미 팥빙수맛, 우리쌀 빼빼로. 크런키 빼빼로는 2020년 4월에 한정판으로 나왔다가, 6개월 만에 매출 150억 원을 찍으며 정규 라인업에 편입됐다. 우리쌀 빼빼로는 농협과 손잡고 이천쌀로 스틱을 구워낸 제품이다. 한정판 인절미 맛은 일시적으로 아몬드의 판매량을 넘기기도 했다고 한다. 한때 가늘게 만든 '스키니 빼빼로'가 나왔는데, 가늘어서 양이 적을 것 같지만 표면적은 오히려 더 넓다. 초콜릿을 더 많이 묻혀야 해서 일반 빼빼로(1,200원)보다 비싼 1,500원이었다.

단종된 목록을 보면 더 재밌다. 53종 이상. 스트로베리, 치즈, 코코넛, 티라미스, 헤이즐넛, 돼지바 빼빼로, 꼬깔콘 빼빼로, 죠스바 빼빼로. 롯데의 다른 과자 이름을 붙인 콜라보 제품까지 있었다. 빼빼로의 실험실에서 태어났다 사라진 맛이 53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전설적인 건 불고기 빼빼로다. 1996년 10월 14일에 태어나서 1997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단종됐다. 1년 남짓한 생이었다. '단짠'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짭짤한 불고기 시즈닝을 막대과자에 바른 파격. 시대를 너무 앞서갔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왜 단종됐는지 이해할 수 없는 맛"이라며 회자된다.

둘리가 먼저 알아봤다

그 전 해인 1984년에는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 전체가 광고에 나왔다. 거구의 야구 선수들이 얇은 막대과자를 먹는 장면. 상반된 이미지의 충돌이 신선했다.

1985년에는 더 파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빼빼로 광고에 아기공룡 둘리가 나왔다.

여기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둘리 애니메이션이 TV에서 처음 방영된 건 1987년이다. 빼빼로 광고가 2년 먼저였다. 둘리의 최초 애니메이션 등장이 극장이나 TV가 아니라 과자 광고였다는 거다. 롯데제과가 원작자 김수정 화백에게 지불한 캐릭터 사용 계약금은 200만 원. 당시 회사원 초봉의 약 10배였다고 한다.

과자 안에는 둘리 4컷 만화와 롯데 자이언츠 선수 친필 사인이 서비스로 들어 있었다. 과자를 사면 만화가 따라왔다. 아이들이 안 살 이유가 없었다. 이 4컷 만화는 둘리 단행본에 실리지 않은 오리지널이라,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수집품이 됐다. 나중에 다른 작가의 만화로 교체되자 아이들이 "둘리를 돌려달라"고 항의했다고 한다.

이후의 모델 라인업도 화려하다. 1993년 015B가 아몬드 빼빼로 광고에 나왔고, 2010년 카라, 2014년부터 약 4년간 EXO-K가 전속 모델이었다. EXO 시절에는 빼빼로 패키지에 멤버 브로마이드와 스티커가 들어갔다. 과자가 아니라 굿즈를 사는 기분이었을 거다.

2018년, 빼빼로는 35년 만에 처음으로 사람이 아닌 모델을 세웠다. 카카오프렌즈. 과자에 캐릭터를 입힌 게 아니라, 캐릭터가 과자를 대신 말하게 한 거다.

2023년부터는 뉴진스, 2025년부터 스트레이 키즈가 글로벌 앰배서더를 맡고 있다. K팝과 K과자의 결합. 이 조합이 해외에서 먹히고 있다.

그리고 빼빼로가 만든 또 하나의 문화가 있다. '빼빼로 게임'. 두 사람이 빼빼로 한 개를 양쪽에서 동시에 먹어, 가장 짧게 남기는 게임. 아이돌 예능에서 2020년대에도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과자가 게임이 되고, 게임이 콘텐츠가 된다.

빼빼로 프렌즈, 레드닷을 세 번 받다

사무실 회의 테이블 위에서 빼빼로를 나눠 먹는 모습
한 봉지를 뜯어 하나씩 꺼내 먹는다. 회의실에 빼빼로 한 봉지가 열려 있으면, 아무도 통째로 가져가지 않는다. (연출 이미지)

패키지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2018년, 롯데는 빼빼로 프렌즈라는 캐릭터군을 개발했다. 국내 과자 업계 최초의 자체 캐릭터 IP다. 다부진 성격의 '빼로'(오리지널), 듬직한 '몬디'(아몬드), 겉과 속이 다른 '누디'(누드초코). 각 제품의 물리적 특성을 캐릭터 성격으로 치환했다. 2019년 리뉴얼 패키지에 이 캐릭터들이 들어가면서 진열대 위의 존재감이 달라졌다.

같은 해, 이 패키지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부문 본상을 받았다. 2022년에 한 번 더, 2023년에는 점자 패키지로 또 한 번. 3관왕이다. 과자 패키지가 세계적인 디자인 상을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이후 산리오 캐릭터즈, 먼작귀 등과의 콜라보, 모나미와 손잡은 빼빼로 모양 볼펜 4종까지. 과자가 굿즈 플랫폼이 된 거다.

최근에는 마스코트 "빼로"를 앞세운 대형 조형물이 뉴욕, 하노이, 대만 등에 설치되고 있다. 과자를 파는 게 아니라 캐릭터를 수출하는 단계가 된 거다.

1993년, 황령산 아래의 여중생들

이 부분이 빼빼로를 빼빼로답게 만든 핵심이다.

대중적으로는 1994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면밀한 조사에 따르면 시작은 1993년이라고 한다. 부산 황령산 일대. 계성여중, 부산여상, 덕문여고 학생들 사이에서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주고받는 유행이 퍼졌다. "빼빼로처럼 키 크고 날씬해지자." 장난 섞인 응원이었다.

또 다른 설도 있다. 1991년 부산 화명동의 화명중학교. 남녀공학 학생들이 좋아하는 이성에게 빼빼로를 건넸는데, 동네 슈퍼마켓 재고가 동이 났다고 한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이 유행을 기업이 만든 게 아니라는 거다.

결정적 전환점은 롯데제과 경남지역 영업소장의 직감이었다. 매년 11월 11일 무렵만 되면 다른 지역과 달리 영남 지역 빼빼로 발주량이 폭발했다. 매대가 텅 비었다. 원인을 파고든 그는 여학생들의 자생적 문화를 확인하고 본사에 즉각 보고했다. 1996년부터 롯데는 언론에 '부산 여중생들의 이색 문화'를 기사화하며 마케팅을 시작했고, 1997년 TV 광고와 매장 판촉을 전개했다.

아이들이 먼저 만든 기념일을, 기업이 나중에 키운 거다. 빼빼로데이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간 마케팅이 아니었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 문화였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대한민국 3대 "데이" 기념일이 됐다. 그런데 10대들에게는 빼빼로데이가 오히려 더 크다. 발렌타인데이는 2월 초, 학기 시작도 전이다. 빼빼로데이는 11월. 2학기, 이미 반 친구들과 친해진 시점. 주고받을 사람이 확실하다.

연매출의 약 40~50%가 9월에서 11월 사이에 집중된다. 11월 한 달에만 연간 판매의 47%가 발생한다는 보도가 있다. 1년에 한 달이 나머지 11개월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편의점 매출도 빼빼로데이 당일에 폭발한다. 전년 대비 최대 120% 상승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과자 하나가 유통 시장의 계절을 만드는 셈이다.

군대에서도 빼빼로는 특별하다. 11월이 되면 전국 군부대 위병소에 빼빼로 택배가 쏟아진다. 여자친구가, 가족이, 친구가 보낸다. 사회와 단절된 병영 생활에서 막대과자 한 봉지가 연결고리가 된다. 내무반 전우들과 쪼개 먹는 그 장면. 한국 남성이라면 한 번쯤 경험했을 거다.

수능과도 묘하게 겹친다. 11월 11일은 매년 수능 시기와 맞물린다. "정답을 빼빼로처럼 일자로 쭉 찍어라." 막대 모양에 기원을 담는다. 과자의 형태 자체가 하나의 기호가 되는 순간이다.

같은 날의 다른 기념일도 있다. 농업인의 날(1996년 제정), 가래떡데이(2006년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과자 대신 가래떡을 주고받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11월 11일 하면 사람들이 먼저 떠올리는 건 빼빼로다. 기념일 자체를 가진 과자.

지구 반대편에서도 팔린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빼빼로 캠페인
2023년부터 3년 연속, 타임스스퀘어에 2m 높이 빼빼로 조형물이 섰다. (연출 이미지)

빼빼로의 해외 이야기가 좀 놀랍다.

2024년 수출액 701억 원. 2020년 290억 원에서 4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졌다. 수출 물량은 2024년 최초로 1억 개를 돌파했다. 57개국에 나간다.

더 놀라운 건 2025년 상반기 숫자다. 수출액 417억 원. 같은 기간 국내 매출 326억 원. 해외가 국내를 넘었다. 반기 기준으로 처음이다. 200원짜리 문방구 과자가 글로벌 브랜드가 된 거다.

인도에서는 아예 공장을 세웠다. 하리아나주에 330억 원을 투자해서 빼빼로 첫 해외 생산기지를 만들었다. 인도 내수는 물론이고 중동, 동남아 수출 거점으로 쓸 계획이다. 현지 소비자 4만 명을 대상으로 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90% 이상이 긍정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지 생산분을 합치면 해외 매출만 1,000억 원을 넘을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빼빼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2m 높이 조형물 설치, 현장 시식, 퀴즈 이벤트. 18만 명이 몰렸다. LA 한인타운 중심가에도 디지털 옥외광고가 섰다.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1군 로터리에 대형 광고판을 세우고, 반한 쇼핑몰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FALL IN LOVE PEPERO"라는 슬로건이 거리를 채웠다.

구독자 4,600만 명의 메가 유튜버 토퍼 길드(Topper Guild)는 롯데마트에서 빼빼로를 대량 구매해 미국으로 배송한 뒤, 수만 개를 쌓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빼빼로 하우스'를 만들었다. 막대과자의 규격화된 직선이 건축 재료가 된 거다. 영상은 전 세계 수천만 명에게 퍼졌다.

빼빼로 글로벌 리포터 제도도 만들었다. 2024년 모집을 열자 58개국에서 700명이 지원했다.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10명이 한국을 방문해 제과 유통 현장을 체험했다. K팝 팬덤과 K과자가 만나는 지점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빼빼로를 글로벌 매출 1조 원 브랜드로 키우라"는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2020년 글로벌 통합 마케팅을 시작한 뒤 해외 매출은 140% 이상 성장했다. 1조 원이 허무맹랑한 숫자만은 아니다.

해외에서만 파는 맛도 있다. '스노위 아몬드 빼빼로'. 국내 미판매. 땅콩 빼빼로는 2017년 국내에서 단종됐지만, 해외에서는 아몬드와 함께 투탑으로 여전히 잘 팔린다. 같은 브랜드인데 나라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기념일을 가진 과자

여기서 한 발 물러나서 생각해본다.

빼빼로데이는 한국에서 태어난 기념일이 해외로 수출되는 드문 사례다. "Show your love with PEPERO"라는 캠페인 슬로건으로 2년째 전 세계에 같은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뉴욕에서, 하노이에서, 대만에서, 말레이시아에서 같은 날 빼빼로를 주고받는다.

한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일본에서 1966년에 먼저 나온 막대과자가 있다. 빼빼로가 초기에 이 과자의 형태를 벤치마킹했다는 건 업계의 공연한 비밀이다. 2015년에는 미국에서 상표권 소송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2021년, 미국 항소법원은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손잡이가 있는 막대과자는 기능적 디자인이라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는 판결이었다. 법적으로도 빼빼로는 독자 브랜드가 됐다.

더 재밌는 건 그 다음이다. 빼빼로데이의 거대한 매출을 지켜보던 원조 막대과자 제조사가, 1999년부터 11월 11일을 자사의 '막대과자의 날'로 지정했다. 모방품이 만든 기념일을 원조가 역벤치마킹한 거다.

과자가 기념일을 만든 건가, 기념일이 과자를 만든 건가.

둘 다다. 1993년 부산의 여중생들이 만든 작은 유행을 롯데가 키웠고, 그렇게 커진 기념일이 다시 빼빼로를 성장시켰다. 빼빼로데이가 공론화된 1996년부터 2018년까지 22년간, 이 기념일을 통해 거둔 누적 매출만 약 1조 3,000억 원이라고 한다.

200원짜리 막대과자가 기념일을 만들고, 디자인 상을 받고, 뉴욕 한복판에 조형물을 세우고, 인도에 공장을 지었다. 42년이 걸렸다.

다음 11월 11일. 누군가에게 빼빼로를 건넨다면, 그건 그냥 과자가 아니다. 숫자 1 네 개가 세워진 날에, 마르고 가느다란 막대과자로 하는 안부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