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편의점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과자의 비밀

편의점에서 절대 사라지지 않는 과자의 비밀
2026. 02. 16/과자/10분 읽기스낵왕 에디터

매년 1억 봉지.

좀 와닿게 바꿔보자. 한국인 1인당 연간 2봉지. 갓난아기부터 80대까지 다 포함한 수치다. 실제로 과자를 사 먹는 사람만 놓고 세면? 그 숫자는 꽤 무서워진다.

55년째 편의점 진열대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 과자. 한국 스낵 역사에서 이런 기록을 쥐고 있는 놈은 딱 하나뿐이다.

새우깡.

우리가 몰랐던 것들

새우깡 클로즈업 — 나무 테이블 위에 쏟아진 새우깡
한 봉지 90g 안에 꽃새우 4~5마리 분량이 들어간다. (연출 이미지)

새우깡 한 봉지(90g)에는 진짜 새우가 들어간다. 약 8%. 마리 수로 환산하면 꽃새우 4~5마리 분량. "에이, 설마"라고 생각했다면, 솔직히 그게 정상이다. 이 질문은 새우깡을 둘러싼 가장 오래된 의심이고, 네이버에서 가장 자주 검색되는 궁금증이다.

농심은 국내 식품업계에서 손꼽히는 새우 소비처다. 한때 군산 앞바다 꽃새우 어획량의 60~70%를 사들였다고 한다. 어민들 생계가 새우깡 판매량에 연동되어 있었던 셈이다.

2019년에 한바탕 난리가 났다. 농심이 서해 오염을 이유로 미국산 새우로 바꾸겠다고 했다. 군산 어민이 반발했고, 시의회가 나섰고, 국회까지 갔다. 과자 하나 때문에. 결국 군산 꽃새우를 다시 쓰기로 합의하면서 일단락. 글쎄, 국회를 움직인 과자가 이것 말고 또 있을까.

1971년. 50원짜리 혁명

1970년대 한국 구멍가게 진열대 위의 새우깡
1978년, 출시 7년 만에 연간 1억 2천만 봉지를 돌파했다. (연출 이미지)

1971년. 한국에 과자 시장이라고 부를 만한 게 있었을까. 비스킷, 캔디. 그뿐이었다. "바삭하고 짭짤한 스낵"이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없었다. 농심(당시 롯데공업)은 삼양식품에 눌려서 공장이 멈출 판이었다. 창업자 신춘호 회장에게는 살길이 필요했다. 라면 말고 전혀 다른 무언가. 스낵.

일본 출장길에 '갓파에비센'이라는 새우 과자를 만났다. 한 입. 확신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대로 베끼지는 않았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양념과 식감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었다.

개발실 안에서 의견이 갈렸다. 달콤한 옥수수 스낵이냐, 짭짤한 새우 스낵이냐. 회장의 판단은 짧았다. "단맛보다 짠맛이 전 연령대를 잡는다." 새우파의 승리.

실험에 쓴 밀가루가 4.5톤 트럭 80대 분량이었다. 밤낮으로 소금 위에 반죽을 굽고 또 구웠다. 마침내 나온 한 봉지 50원. 당시 삼양라면이 20원. 결코 싼 가격이 아니었다.

반응은 터졌다. 첫해 20만 박스. 이듬해 425만 박스. 20배. 지방 도소매 점주들이 서울 대방동 공장으로 트럭을 몰고 와서 현금을 내밀었다.

새우깡은 한국 스낵 시장의 문을 연 제품이다. 새우깡 이전과 이후, 한국인의 간식 문화는 완전히 달라졌다. 출시 직후 수요가 폭증하자, 중간 상인들이 라면에 끼워 파는 횡포까지 벌어졌다.

당신은 어느 세대의 새우깡입니까

세대마다 새우깡이 놓여 있던 장소가 다르다.

70~80년대생한테 새우깡은 문방구다. 100원짜리 동전 두 개 꽉 쥐고 달려가서, 진열대 맨 앞줄의 그 노란 봉지를 집어 드는 순간. 봉지 뜯는 바스락 소리에 옆자리 애가 눈이 반짝이던, 그런 기억.

90년대생한테는 소풍이다. 도시락 가방 옆주머니에 꼭 한 봉지. 김밥 먹고 나서 돗자리 위에 봉지를 펼치고 친구들이랑 손 뻗는 그 오후.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핥는 게 당연하던 때.

2000년대생? 편의점. 야자 시간에 몰래 빠져나와서 GS25 진열대 앞에 선다. "뭐 먹지" 하다가 결국 손이 가는 그 봉지. 별 고민 없이. 거의 무의식에 가깝게.

세대가 달라도 장면의 뼈대는 같다. 별생각 없이 손이 갔다. 그리고 멈추지 못했다.

그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이 멜로디를 모르는 한국 성인이 있을까. 30초짜리 CM송 하나가 어떻게 이 정도 위력을 갖게 된 걸까.

1988년. 카피라이터 이만재가 가사를 쓰고, 포크 가수 윤형주가 곡을 붙였다. '라라라'로 이미 온 국민한테 사랑받고 있던 윤형주였는데, 과자 광고 음악이라니. 새로운 도전이었을 거다.

이만재는 수십 가지 카피를 쓰고 버렸다. 새우깡의 맛을 설명하려 했고. 버렸다. 바삭한 식감을 묘사하려 했고. 역시 버렸다.

그러다 깨달은 거다.

맛을 말할 필요가 없었다. 먹는 사람의 행동만 옮기면 됐다.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맛도 안 말했다. 식감도 안 말했다. 그냥 사람들이 새우깡 앞에서 실제로 하는 행동을 그대로 옮겼을 뿐이다. 그게 전부였고, 전부여서 강했다.

이후 S.E.S.가 이 노래를 새롭게 불렀고, 비와 남주혁, 지코 등이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그런데 원곡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아마 이 곡은 누가 부르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듣는 순간 새우깡이 떠오르는, 그 연결 자체가 본체인 거다.

55년의 궤적

1971

한 봉지 50원의 시작

농심(당시 롯데공업)에서 첫 출시. 한국 최초의 스낵 과자. 비스킷과 캔디뿐이던 시장에 전혀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1978

연간 1억 2천만 봉지 돌파

7년 만에 전국 구멍가게 필수 입점 아이템으로 등극. 국민 과자라는 타이틀을 처음 얻었다.

1986

신라면과 쌍두마차

과자는 새우깡, 라면은 신라면. 농심의 양대 아이콘이 완성된 해.

1988

손이 가요 손이 가

이만재 작사, 윤형주 작곡.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과자 CM송 탄생.

2011

40주년, 안에서부터의 변화

패키지를 현대화하고 새우 함량을 늘렸다. 트랜스지방 완전 제거. 겉은 같지만 속은 달라졌다.

2021

50주년 레트로 물결

한정판 레트로 패키지가 SNS에서 화제. 새우깡 블랙, 매운맛 등 라인업도 확장됐다.

2026

55년째 현역

해외 수출 76개국. 편의점 진열대에서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유일한 과자.

숫자로 읽는 새우깡

55년연속 판매1971년 이후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생산
1억+연간 판매량월평균 약 900만 봉지 판매
86억+누적 판매출시 이후 총 86억 봉지 돌파 (2024년 기준)
76개국수출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등

오리지널 vs 매운맛: 끝나지 않는 논쟁

새우깡 미슐랭 스타일 파인다이닝 플레이팅
과자인가, 요리인가. 새우깡을 둘러싼 논쟁은 끝이 없다. (연출 이미지)

이건 진짜 안 끝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오리지널파. "새우깡은 새우 맛을 먹는 거지, 매운맛을 먹는 게 아니야." 50년 넘게 안 바뀐 양념 배합. 첫 맛에서 끝 맛까지 흔들림 없는 짭짤함. 그 균형이 곧 완성이라는 입장. 실제로 오리지널 판매량은 파생 제품 전부를 합친 것보다 많다.

매운맛파도 할 말이 있다. "한국인이면 매운맛이지." 청양고추의 알싸한 끝맛이 새우의 감칠맛과 부딪히면, 오리지널에는 없는 묘한 중독성이 생긴다는 거다. 특히 맥주 안주로는 매운맛이 압도적이라는 의견이 꽤 된다.

그런데 여기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하나 나온다.

새우깡은 과자인가, 안주인가?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집는 사람들을 보면 목적이 대략 둘로 갈린다. 간식. 아니면 맥주. 농심도 그걸 안다. 새우깡 블랙(블랙트러플맛)은 대놓고 성인 안주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다.

  • 새우깡 오리지널 -- 50년의 정석. 새우 본연의 맛
  • 새우깡 매운맛 -- 청양고추의 알싸함. 맥주 안주 인기
  • 새우깡 블랙 -- 블랙트러플 풍미. 어른의 맛
  • 새우깡 미니 -- 한입 크기. 아이 간식 또는 혼술 안주
  • 쌀새우깡 -- 쌀가루 기반. 더 가볍고 바삭한 식감

새우깡이 열어젖힌 문

새우깡 애니메이션 스타일 — K-pop 무대 위의 새우깡
구멍가게에서 시작해 넷플릭스까지. 55년의 여정.

새우깡 이전에 한국에는 "스낵"이 없었다.

과장이 아니다. 1971년 전까지 한국인의 간식은 비스킷, 캔디, 떡. 그 정도였다. 바삭하고 짭짤한 한 봉지의 쾌감. 그 카테고리를 처음 만든 게 새우깡이다.

새우깡이 열어젖힌 문으로 양파링이 들어왔고, 꼬깔콘이 들어왔고, 포카칩이 들어왔다. 수천 가지 과자가 그 문을 지나갔다. 근데 문을 연 놈은 아직도 거기 서 있다.

트렌드가 바뀌었다. 허니버터칩이 전국을 뒤집었다가 지나갔고, 먹태깡이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가 식었다. 그 파도가 다 지나간 뒤에도, 편의점 진열대 한 자리에서 새우깡이 빠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어쩌면 새우깡의 진짜 비밀은 맛이 아니라 기억에 있다. 문방구 앞에서, 소풍 돗자리 위에서, 야근 중 편의점에서. 새우깡은 한국인의 일상 곳곳에 이미 스며들어 있다.

55년이 지났다.

한 봉지 50원이었던 과자가 76개국에 수출되는 K-스낵이 됐다. 포장이 바뀌었고, 새우 함량이 늘었고, 트랜스지방이 빠졌다. 하지만 봉지를 뜯는 순간 퍼지는 그 냄새. 첫 한 입의 바삭함. 손가락에 묻는 양념의 감촉.

그건 안 변했다.

그래서 오늘도, 손이 간다.